기술이 아니라 조직·데이터·책임의 문제로

경찰청에서 AI 정책을 담당하는 이치화의 공공 AX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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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도입해봤는데 별로다'의 진짜 원인 — 기획력과 분업력

회사에서 "AI 도입해봤는데 별로다"라는 얘기가 나오면 다들 AI 탓을 합니다. "기술이 안 됐다", "우리 업무엔 안 맞는다"고요. 그런데 원인은 거의 항상 다른 데 있습니다.실제로 BCG 조사에서 AI 투자 기업 60%가 실질적 가치를 못 냈고, MIT 조사에서도 기업 AI 프로젝트 95%가 성과를 못 냈습니다. 원인은 기술이 아니라 조직과 사람이었습니다.상사가 "요즘 AI로 시장 트렌드 좀 정리해와"라고만 던지면, 나오는 건 늘 뻔한 보고서 한 장입니다. 반대로 기획서 쓸 때 쓰는 표준 단계 — 현황 분석 → 문제 진단 → 목표 설정 → 전략 수립 → 실행계획 → 기대효과, 이 순서로 나눠서 시키면 결과물의 질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AI 앱을 만들거나 데이터 분석을 맡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도메인..

AI가 틀렸을 때, 책임은 누가 지나요?

우리 회사 AI가 내린 판단이 잘못됐을 때, 그 책임은 누가 지나요?채용 지원자를 평가하는 AI, 대출 심사를 돕는 AI, 환불을 안내하는 챗봇. AI가 업무에 들어올수록 함께 정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누가 결과를 검토하고, 잘못됐을 때 누가 바로잡을 것인가입니다.Logicalis의 2026년 글로벌 CIO 보고서를 보면, 응답자의 94%는 지난 1년간 조직의 AI 도입 의욕이 커졌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AI 통제 체계가 도입 속도를 따라갈 수 있다고 ‘매우 확신’한 응답은 34%에 불과했습니다. AI를 쓰려는 의욕만큼 관리하고 통제할 준비가 갖춰진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경찰청에서 AI 정책을 맡으며 적은 문장이 있습니다.“AI에게 책임을 묻는 시스템은, 사실상 아무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는 시스템이..

강의 문의 안내

공공부문 AI 도입, 조직의 AI 전환, 치안 AI 정책을 주제로 강의·발표를 하고 있습니다.강의를 요청하실 분은 이 글에 비밀댓글로 남겨 주세요. 공개 댓글로 남기시면 연락처가 다른 방문자에게도 보이니, 반드시 비밀댓글을 이용해 주세요.남겨 주실 내용① 기관·단체명 ② 희망 일시와 장소(온라인 여부) ③ 청중과 인원 ④ 희망 주제 ⑤ 회신받을 연락처확인 후 개별적으로 회신드리겠습니다. 강의는 공무원 외부강의 관련 규정에 따라 진행합니다.공공안전 AI 랩(PSAIL) · https://publicsafetyai.org『거대한 코끼리를 춤추게 하라』(박영사) → http://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21189485이 블로그의 글은 필자 개인의 견해이며, 소속 기관의 ..

강의 문의 2026.09.29

베테랑이 떠나면 '촉'도 함께 떠난다 — 암묵지와 AI

서울청 대강당, 100명 가까운 현장 경찰관들 앞에서 치안 AI 계획을 발표하던 날이었습니다. 질의응답 시간, 20년 넘게 현장을 뛴 베테랑 형사 한 분이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AI가 아무리 발전해도, 20년 넘게 강력범을 잡아온 형사의 촉과 감은 절대 못 따라옵니다. 쓸데없는 돈 낭비 아닙니까?"강당이 조용해졌습니다. 제 발표를 듣던 몇몇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틀린 말이 하나도 없었습니다."맞습니다. 선배님의 그 매서운 촉을, 기계가 어찌 흉내 내겠습니까." 먼저 동의로 답했습니다. 반론을 예상했던 그분에게는 의외였을 겁니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AI가 필요합니다. 선배님들의 그 귀한 통찰력으로 범인을 쫓는 데 집중하실 수 있도록, 단순하고 소모적인 서류 작업을 AI에게 넘기려는 ..

AI 도입에 저항하는 직원은 게으른 게 아니다 — '건강한 관성'

AI 도입에 반대하거나 저항하는 직원들을 보면서, 처음엔 '게으르다', '답답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착각이었습니다.경찰청에서 AI 정책을 맡고 처음 부딪힌 건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었습니다. AI를 들여오겠다고 하자 부서마다 반응은 달랐지만 방향은 하나였습니다. '경계'"AI로 뭘 할 수 있는 건데요?" "우린 보안 때문에 어차피 못 쓰잖아요." "AI는 너무 어려워요, 쉽게 설명해주세요." 매일 밤 AI를 공부하던 저에게 이런 질문들은 처음엔 게으름과 답답함으로 들렸습니다.그런데 어느 순간 깨달았습니다. AI 도입을 주저하고 저항하는 태도는 태업이 아니라 '면역'이었습니다.14만 명 조직에서 검증되지 않은 새 시스템은 시민의 생명과 직결됩니다. 매뉴얼에 없는 행동 하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조..

범죄자는 이미 AI를 쓰고 있었다 — 경찰청 AI 도입의 출발점

"우리가 AI를 쓰지 않으면, 범죄자들이 AI를 쓰기 시작할 것이다."2025년 한국을 찾은 마이크로소프트 사티아 나델라 CEO가 강연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비유가 아니었습니다. 2024년 한 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8,545억 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이듬해에는 1조 2,578억 원으로 사상 처음 1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딥페이크 성범죄 영상물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시정 요구는 2021년 1,913건에서 2024년 23,107건으로 12배 늘었습니다. 범죄자들은 이미 알고리즘을 무기로 쓰고 있었습니다.그 무렵 제가 맡은 경찰청의 AI 인프라는 GPU 몇 장이 전부였습니다.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기업들이 수천 장을 풀가동하던 시점이었습니다. 수십 개 시스템에 수십 테라바이트의 데이터가 쌓여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