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아니라 조직·데이터·책임의 문제로

경찰청에서 AI 정책을 담당하는 이치화의 공공 AX 기록

경찰청AI 2

AI 도입에 저항하는 직원은 게으른 게 아니다 — '건강한 관성'

AI 도입에 반대하거나 저항하는 직원들을 보면서, 처음엔 '게으르다', '답답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착각이었습니다.경찰청에서 AI 정책을 맡고 처음 부딪힌 건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었습니다. AI를 들여오겠다고 하자 부서마다 반응은 달랐지만 방향은 하나였습니다. '경계'"AI로 뭘 할 수 있는 건데요?" "우린 보안 때문에 어차피 못 쓰잖아요." "AI는 너무 어려워요, 쉽게 설명해주세요." 매일 밤 AI를 공부하던 저에게 이런 질문들은 처음엔 게으름과 답답함으로 들렸습니다.그런데 어느 순간 깨달았습니다. AI 도입을 주저하고 저항하는 태도는 태업이 아니라 '면역'이었습니다.14만 명 조직에서 검증되지 않은 새 시스템은 시민의 생명과 직결됩니다. 매뉴얼에 없는 행동 하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조..

범죄자는 이미 AI를 쓰고 있었다 — 경찰청 AI 도입의 출발점

"우리가 AI를 쓰지 않으면, 범죄자들이 AI를 쓰기 시작할 것이다."2025년 한국을 찾은 마이크로소프트 사티아 나델라 CEO가 강연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비유가 아니었습니다. 2024년 한 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8,545억 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이듬해에는 1조 2,578억 원으로 사상 처음 1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딥페이크 성범죄 영상물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시정 요구는 2021년 1,913건에서 2024년 23,107건으로 12배 늘었습니다. 범죄자들은 이미 알고리즘을 무기로 쓰고 있었습니다.그 무렵 제가 맡은 경찰청의 AI 인프라는 GPU 몇 장이 전부였습니다.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기업들이 수천 장을 풀가동하던 시점이었습니다. 수십 개 시스템에 수십 테라바이트의 데이터가 쌓여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