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아니라 조직·데이터·책임의 문제로

경찰청에서 AI 정책을 담당하는 이치화의 공공 AX 기록

AI 시대의 조직관리 3

'AI 도입해봤는데 별로다'의 진짜 원인 — 기획력과 분업력

회사에서 "AI 도입해봤는데 별로다"라는 얘기가 나오면 다들 AI 탓을 합니다. "기술이 안 됐다", "우리 업무엔 안 맞는다"고요. 그런데 원인은 거의 항상 다른 데 있습니다.실제로 BCG 조사에서 AI 투자 기업 60%가 실질적 가치를 못 냈고, MIT 조사에서도 기업 AI 프로젝트 95%가 성과를 못 냈습니다. 원인은 기술이 아니라 조직과 사람이었습니다.상사가 "요즘 AI로 시장 트렌드 좀 정리해와"라고만 던지면, 나오는 건 늘 뻔한 보고서 한 장입니다. 반대로 기획서 쓸 때 쓰는 표준 단계 — 현황 분석 → 문제 진단 → 목표 설정 → 전략 수립 → 실행계획 → 기대효과, 이 순서로 나눠서 시키면 결과물의 질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AI 앱을 만들거나 데이터 분석을 맡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도메인..

베테랑이 떠나면 '촉'도 함께 떠난다 — 암묵지와 AI

서울청 대강당, 100명 가까운 현장 경찰관들 앞에서 치안 AI 계획을 발표하던 날이었습니다. 질의응답 시간, 20년 넘게 현장을 뛴 베테랑 형사 한 분이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AI가 아무리 발전해도, 20년 넘게 강력범을 잡아온 형사의 촉과 감은 절대 못 따라옵니다. 쓸데없는 돈 낭비 아닙니까?"강당이 조용해졌습니다. 제 발표를 듣던 몇몇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틀린 말이 하나도 없었습니다."맞습니다. 선배님의 그 매서운 촉을, 기계가 어찌 흉내 내겠습니까." 먼저 동의로 답했습니다. 반론을 예상했던 그분에게는 의외였을 겁니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AI가 필요합니다. 선배님들의 그 귀한 통찰력으로 범인을 쫓는 데 집중하실 수 있도록, 단순하고 소모적인 서류 작업을 AI에게 넘기려는 ..

AI 도입에 저항하는 직원은 게으른 게 아니다 — '건강한 관성'

AI 도입에 반대하거나 저항하는 직원들을 보면서, 처음엔 '게으르다', '답답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착각이었습니다.경찰청에서 AI 정책을 맡고 처음 부딪힌 건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었습니다. AI를 들여오겠다고 하자 부서마다 반응은 달랐지만 방향은 하나였습니다. '경계'"AI로 뭘 할 수 있는 건데요?" "우린 보안 때문에 어차피 못 쓰잖아요." "AI는 너무 어려워요, 쉽게 설명해주세요." 매일 밤 AI를 공부하던 저에게 이런 질문들은 처음엔 게으름과 답답함으로 들렸습니다.그런데 어느 순간 깨달았습니다. AI 도입을 주저하고 저항하는 태도는 태업이 아니라 '면역'이었습니다.14만 명 조직에서 검증되지 않은 새 시스템은 시민의 생명과 직결됩니다. 매뉴얼에 없는 행동 하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조..